Theme #4. 사진.
1.
11,279...
대학교 올라와서 찍은 사진중에 보관하고 있는 사진 파일의 숫자이다. 맘에드는 사진만 간추려 놓으거 보면, 실제로는 최소한 2만~2만5천번 정도의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디지털카메라를 접해보고, 어디 갈 때면 거의 항상 카메라를 들고 나다니던 습관은 대학교에 와서도 여전히 이어졌다.
학교에서 행사를 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나들이를 갈 때, 장시간 여행을 갈 때... 그럴 때면 늘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가까운 곳에 바람쐬러 갈 때도...
중국에서도...
금강산에서도...
수련회에서도...
그리고 예과 2학년 9월달엔가 DSLR 카메라를 구입한 이후로 더 사진에 재미를 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함께 자주 다니는 주변 사람들은 어디를 갈 때면, 으레 내가 카메라를 가지고 오겠거니... 하고 사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
민이가 가는 곳에는 민이가 찍사니까.
2.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 무척 귀찮은 일이다.
더군다나 똑딱이카메라, 폰카도 아닌 DSLR카메라는 더더욱이 말이다. 하지만, 여름에 어깨에 흥건하게 땀이 차가면서도 카메라를 열심히 메고다니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추억... 그거다.
그냥 음 그랬었지... 하고 넘어가는 추억이 아닌,
그 때의 감상에 젖어 눈감고 그 풍경을 다시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추억.
내가 겪은 일들, 보고 온 것들을 글로 남기는 것도 좋은 거지만, 글쓰기가 어려운 환경일 때에는 한진 한두장이 참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준다.
그냥 다이어리는 내가 다시 읽어도 심심하고 진지하게만 흘러갈 때가 많다. 하지만, 사진과 함께 섞어서 글을 쓰다보면 과정이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걸리긴 해도 써놓고 나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읽어도 가독성도 좋고, 무엇보다도 글을 완결하고 나면 뭔가 해낸 것 같은 성취감이나 뿌듯한 마음이 생긴다.
2006년 방글라데시,
2007년 중국,
그리고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전대 신문에 했던 '의대생 이야기'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6년간의 대학생활 이야기...
모두 글 뿐이 아니라 한두장이라도 사진을 넣어서, 종종 그 때의 기억이 그리울 때면 지루하지 않게 읽어볼 수 있게 기록해 두었다.
나의 시각으로 보이는 사각프레임에
내가 담은 사진들... 내겐 참 매력있다.
3.
카메라를 만진지 연수로는 한두해가 쌓이다 보니,
퀄리티에도 욕심이 생기게 마련...
그래서 사진에 대한 기본서 한두권정도를 읽어보긴 했지만,
너무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서 결국 내 스타일대로
무작정 많이 찍고 봤다.
찍고 찍고 또 찍고....
그리고 본2 때부터는 찍었던 천 수만장 되는 사진들 중에
맘에 드는 사진들을 한장씩 한장씩 빼서 보정을 해서
인화를 해두었다.
가만히 돌아보니...
잘 나온 사진들은 주로 인물보다는 정물, 혹은 풍경 사진이더라...
(그래서, 본3 중반부터는 인물사진에 중점을 두는 체제로 변경 ...!)
맘먹고, 구도를 잡아서 찍은 사진들도 있지만,
얻어걸린(?) 사진들도 꽤 있다.
찍을 때 당시에는 별로였는데, 컴퓨터로 보면서
조금 보정하고 나니 한결 보기 좋아지는 그런 사진들...
좋은 사진들은 주로 두가지 용도로 썼다.
하나는, 도서관 칸막이에 쭉~ 붙여놓고,
공부하다가 마음이 심란할 때면 보면서 분위기 전화도 하고...
둘째는, 나만의 엽서로 활용했다.
원칙은 한 사진은 아무리 느낌이 좋아도 한명에게만 주기!
재탕이란 없다!!ㅋㅋ
선후배 동기들에게 종종 나만의 사진 엽서를 써서
격려, 축하, 혹은 위로를 하기도 하고...
참 유용하게 써먹은 것 같다...^^
그러면서 스스로 터득하게 된 하나의 마음가짐.
사진찍어놓고 파일로만 묵히지는 말자!
4.
사진 찍으면서 나름대로 재미(?)를 봤다고 할 수 있는 건
두가지였던 것 같다.
하나는, 사진공모전 입상!
본과 1학년이 끝나가던 12월...
전남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모전 공지를 보고,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싶었다.
(한참 본1 끝판왕 시험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은 또 언제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공지글을 읽으면서 그때까지 올라온 사진들을 주~욱 훑어보니
'어허....? 이거 좀 해볼만 한데??'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어서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를 하면서도 몇일간은 컨셉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결국 본과1학년의 모든 본시가 끝난 날에 몇명을 급섭외(?)해서 찍게 된 사진들...^^
사진과 함께 첨부한 사진 해설은 (원래는 조금 더 길었는데, 지면 분량상 뒷부분은 짤렸다) 지금봐도 오글거리는 멘트이긴 했지만...
(특히 '의학에 대한 열정' --;;)
역시 꿈보다는 해몽이라고 사진만 덜렁덜렁 올려놓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후한 점수를 얻은게 아닌가 싶다.
여튼 대상수상으로 본과2학년 올라가던 2009년 전남대학교 전체 교지에도 실려보기도 하고... 교내 공모전이긴 했지만, 사진에 대한 자신감이 쑥쑥 상승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연애의 아주좋은 tool이 되었다는 거..!
처음엔 찍어주는 나나, 모델이 되는 기영이나 참 어색해 했지만...
지난 사진들을 보면서 참 좋아라 하는 기영이를 보면
정말 뿌듯하다!
막상 찍거나 찍힐 때는 어색하고, 쑥쓰럽더라도
한장한장 한순간한순간이 모여 연애이야기에 대한 story telling이 되어 간다는 거... 참 의미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진 한장한장이 순간순간의 감탄에만 그칠 것인가...
조금 더 나아가서 하나의 story telling이 될 것인가는
연인들의 몫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뭔소리?! 그냥 그렇다구요~)
So....
사진에는... memory가 있고, 글에서 볼 수 없는 color가 있고,
사랑이 있고... 무엇보다도... 사진에는 글에서 볼 수 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