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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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06일 (월) 11:34:53
[의대생story⑥]흰 가운을 입다
의사로서 흰 가운을 입는 날을 위해, 이제부터 시작
2010년 6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의학과3학년(이하 본3)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 끝났다. 3주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는 본3 1학기 기말고사. 의대생들에게 이 시험은 '의사국가고시(KMLE, Korean Medical Liscence Examination)' 다음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험기간을 거친 후, ‘꿈에 그리던’ 흰 가운을 입고 병원실습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과시절 기초과학시간에 입는 실험복, 본과1학년 해부학 실습복들도 흰색 가운이지만, 깔끔한 정장 위에 가운을 입고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 2010년 6월 4일. 본3들에게는 축제와 같은 날이었다. 당분간 시험으로부터의 해방을 알림과 동시에 가운을 입고 병원실습을 시작하게 되는 착복식이 학동의 명학강당에서 열렸다.
※착복식이란, 흰가운을 입고 실습을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말로 WCC(White Coat Ceremony)또는 병원에 실습생으로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는 등원식 등등 각 의과대학마다 전통에 따라 부른다.
본3 학생들은 이 행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강당 중앙에 앉아서 의학도로서 병원 임상실습에 진지하게 공부하는 자세로 임할 것을 다짐을 한다.
▲ 2009년부터 착복식 행사 때 학부모님들을 초청하여 자녀들이 차례대로 강단 앞으로 나와 가운을 입을 때 단추를 채워주고 포옹을 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많은 학부모들이 먼길을 마다않고 방문해서 자녀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며 흡족해 한다.
※의과대학 본과3학년, 본과4학년(혹은 의학과5학년, 6학년) 임상실습생들을 보고 PK(피케이 또는 폴리클)라고 부르는데, 여러 임상과목들을 공부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Polyklinics'의 준말이다. 'Polyklinics'는 영어로 하면 'Polyclinics'인데, 어원이 독일어라서 알파벳 'C'대신에 'K'를 사용하고, 알파벳 두 개만 따서 'PK'라 부른다.
▲ 폴리클 학생들(이하 PK)은 이제 130여명의 한 학년 학우들이 4명 혹은 5명씩 한 조를 이루어 임상실습을 하게 된다. 3학년 때는 주로 메이저 5과목(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정신과)과 응급실 실습을 하게 되는데,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학습 환경인 병원이라는 현장에서 하는 공부를 앞둔 학생들의 마음은 착복식의 맑은 날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같이 붕붕 떠 있다.
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시간동안 병원 안에서는 “OO학생”이라는 호칭대신 “폴리클 선생님”이라는 말을 더 자주 듣게 되는데, 호칭 이외에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을 때 폴리클 학생들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교수님들의 회진이 있을 때 주변에서 가운이 가장 깨끗하며, 가장 깔끔하게 정장 위에 가운을 입고서 어리버리 졸졸 쫓아다니는 무리들이 폴리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밖에서 보면 ‘우와! 우와~’하는 의대생딱지를 달고 있는 화려한(?) 학생들일지도 모르겠으나 병원에서 하는 학교생활은 ‘아,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내면의 고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소위 의학도로서 배워야할 ‘기본 지식과 기본 소양’이라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는 것, 책장에 꽂혀 있는 멋드러진 원서 의학 교과서보다 내 눈 앞에 있는 환자가 바로 살아있는 교과서라는 것을 아주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의사로서의 마인드가 PK 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공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선배들의 조언이 있다. 이젠 끝나지 않는 시험과 무지막지한 암기공부에서 잠시 해방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으면 PK생활도 마냥 물 흐르듯 흘러가버리지만, PK생활을 보람차게 하면 젊은 시기에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때로는 가슴 찡한 감동을 통해, 때로는 의사와 환자 사이 또는 의료인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에 대한 기쁨과 분노를 통해, 때로는 의료인으로서 환자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좌절감을 통해, 때로는 환자가 질환에서 해방되었다고 기뻐하는 표정을 통해, 애타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을 통해…….
가운을 입고 임상실습에 뛰어든(?) 지 10주차인 9월 첫째 주…
같은 또래 대학생 친구들의 두 달 반에 이르는 여름방학 이야기들을 들으며, 단 2주뿐이었던 나의 여름방학은 너무 짧았노라고 아쉬워 할 만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학생으로서가 아닌 의사로서 다시 가운을 입는 날을 향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의대생story]시리즈 연재기사는 이번 6부를 마지막으로 매듭을 짓습니다. 앞으로는 학동 캠퍼스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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