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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2010의대생이야기

[의대생story②]아, 옛날이여! 그리운 예과시절

기사원문

http://www.mycong.com/news/articleView.html?idxno=6776

2009년 06월 08일 (월) 10:38:09


 

 

[의대생story②]아, 옛날이여! 그리운 예과시절

의대생에 있어 ‘인생의 황금기’라 불리는 예과시절,

어떨까?

 

 

 

‘합격!’ 
  반가운 합격통지와 함께 의과대학 6년의 캠퍼스 생활은 시작된다.(각 대학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의 경우 자연과학대학 소속의 의예과 2년에 의과대학 소속 의학과 4년을 더해서 6년제가 되는 것이다. 사립대학의 경우는 신입생 때부터 의학과1학년으로 시작해서 의학과 6학년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의예과 신입생들의 캠퍼스 생활의 시작은 여느 학과들보다 빠르다. 3월 첫 주에 있는 개강일보다 훨씬 앞서서 OT, MT,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등 각종 행사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친목동아리 17개에 20여개의 취미 동아리가 있는데다가, 다른 학과들과는 달리 위로 선배들이 다섯 학년이나 있기 때문에 개강 전부터 선배․동기들과 미리 만나는 자리들에 참석하다보면 입학을 기다리는 2월이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새 학기 시작 전부터 많은 모임에 참석은 하지만, 130여명에 달하는 동기들과 단시간에 친해지는 것은 정말이지 불가능 하다.(06학번까지는 신입생이 130명 정도였지만, 그 이후 07학번부터는 2009년에 의학과1학년으로 진입 시에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병행되기 때문에, 그 반수인 65명가량만 신입생을 선발해 오고 있다.) 

  예과생들이 2년 생활하는 주(主)무대는 자연대3호관(일명 자합, 자연대합동강의실). 예과 2년 동안은 전공과목이 단 하나도 없고, 어떻게 해서든 기초자연과학 및 일반교양을 75학점만 이수하면 되기 때문에 예과생들이 수업이나 학점에 대해 갖는 부담은 굉장히 적다. 나름대로 공부에는 내공이 있는 이들인데다가 학점에 대한 부담은 매우 적다보니 비교적 여유롭게(?) 강의를 듣는다. 실제로 예과 때 배우는 미적분, 물리, 화학, 생물 등을 이미 고등학교 때 떼고 입학한 이들도 적지 않다. 

  시작이 이렇다보니 예과생들에게 기초과학 강의를 하는 교수님들이나 같이 교양수업을 듣는 타과 학생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교수님들에게 예과생들은 건방진 학생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같이 교양수업을 듣는 타과 학생들에게는 수업 대충대충 듣고도 고득점을 쓸어가는 얄미운 집단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수강신청 시즌에 교양과목을 선택할 때, 의예과 학생들은 ‘기피대상 0순위임’은 당연지사. 중고등학교 때 쌓아두었던 심화지식과 공부에 대한 노하우들이 아직까지는 충분히 먹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예과생들은 너무 과대평가하는 교수님들도 있기 마련. 많은 교수님들에게 ‘공부 좀 했다는 애들’이라는 인상이 강하다보니 의예과생들만 듣는 기초과학 강의 때는 종종 “여러분 정도 되면 이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거죠? 그럼 넘어갑니다”하고 그 부분을 넘어가버리는 해프닝도 자주 일어난다. 

  예과생은 초반엔 공부에 대한 부담도 적고 나름대로 밑천이 있는 터라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적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밑천(?)이 바닥나면서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과생의 생존(F면하기)을 위한 벼락치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시험 당일에 깔끔하게 밤을 샌 듯, 눈 밑에 진하디 진한 다크서클을 달고 시험지를 빽빽하게 채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가는 학생들, 시험시작 1초전까지 집단으로 웅성웅성 대면서 저공비행을 하는 학생들, 자연대 공동실험실 앞에서 화단에 걸터앉아서 열심히 실습레포트를 쓰고 있는 학생들, 대부분 학점 향상을 위한 좋은 재수강 기회인 계절학기를 전혀 긴장감 없이 듣는 학생들이 있다면 한번쯤 예과생 무리(?)임을 의심해 보자.(예과생에게 있어서 계절학기는 재수강의 의미보다는 앞으로 남은 학점을 ‘땡겨서’ 듣는 의미가 훨씬 더 크다.) 


 

 

 

▲ 의대생들 사이에 큰 공감대와 함께 널리 회자되는 유머. 유머는 유머일 뿐! 오해하지 말자!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여가에 대한 이야기로 돌려보자. 
예과시절은 모든 본과생들이 늘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많은 추억이 깃든 시간이다.(의대생들 사이에서 예과시절은 ‘인생의 황금기’로 불린다.) 

  ‘아, 옛날이여...!’ 
본과의 엄청난 학습량에 치여서 피폐해져 있는 삶을 살다가 샤방샤방한 예과생 후배들을 보면 왕년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게 마련이다. 많은 의학과 학생(이하․본과생)들은 예과생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 졸업하고 병원 들어갈 때 예과성적 거의 안 봐. 공부는 본과 와서 ‘토 나오도록’ 할 수 있으니까, 예과 때 공부는 적당히만 하고 다른 거 많이 해. 예과 때는 귀찮아서 못 하는 일들을 본과 와서는 하고 싶어도 못 해.”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서, 
“내가 다시 예과생 되면 정말 보람 있게, 제대로 시간을 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인데. 

  예과생들은 본과 선배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다보니 ‘뭘 하고 놀면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하는 궁리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 
‘과외알바? 여행? 운동? 소개팅? 미팅? 연애? 음악? 인맥 넓히기?’ 
  시간 많은 예과생은 대부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제력이 학교생활 6년 중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많으면 월 수 백 만원까지도...) 그러나 항상 ‘귀차니즘’이 문제일 뿐. 

  예과2년이라는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은 사람들마다 참 다양하다. 
  예과 때부터 제대로 공부하겠노라고 결의(?)를 다지고 학업, 영어공부 등에 매진하는 사람, 평생 우려먹을 이야기보따리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 공부는 수능공부하면서 질리도록 해봤으니 어느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고수가 되어보자고 마음먹고 사진, 레포츠, 음악 등의 취미생활에 올인 하는 사람(농담반 진담반으로 주량에 있어서 최고봉이 되어보겠노라는 사람도 있다) 등등...


 

▲ ‘널널한’ 예과2학년의 시간표. 장학금을 컷을 위해 억지로 12학점을 듣는 경우가 많고, 3학기 만에 예과과정을 모두 마치고 한 학기를 다른 활동에 올인 하거나 예과2학년을 주3파 주4파로 즐기는 예과생들도 있다.

 

  이제는 정말 규모 있는 예과생활을 할 수 있겠다 싶으면, 어느 새 예과2학년 후반기를 달리고 있다. 이제는 의학에 ‘의(醫)’자도 모르는 자연대 학생을 주변에서 간지나는(?) 의대생으로 알아주던 화려했던 예과생활을 접고 본과에 가야한다. 지난 2년 동안 피로에 쩔어 있는 본과생 선배들을 무수히 보아온 터라, 겨울이 오고 날씨가 추워질수록 내년이면 본과라는 생각에 예과생들은 급우울해진다. 앞으로 어떤 생활이 눈앞에 닥칠지는 단지 상상만할 뿐. 예과생들은 이렇게 본과에 진입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예과2학년 겨울방학을 만끽한다.

 

 

 

※ 본 연재 기사는 필자 나름대로 최대한 일반적인 관점에서 쓰려고 노력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이 연재 기사 하나로만 모든 의대생들의 생활사를 일반화 시키지는 말도록 합시다!

 

[의대생story③]에서 계속됩니다. '예과생들의 본과行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