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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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6일 (월) 09:01:19
[의대생story⑤] 의대생 은어사전
의대생들만 아는 각종 의대생들만의 '은어' 파헤치기
▲ 인터넷에 많이 퍼져 있는 ‘샤방샤방’한 의대생 사진. 그 어느 의대생이 봐도 연출된 사진이다.
<의대생들의 대화>
“야, 아까 시험 어땠냐?”
“완전 야마탔던데? 볼륨에 다 있던거야~”
“어? 내 생각엔 완전 짱돌이든데?”
“아, 완전 발렸어... 얼른 잊어버리고 명학이나 갈래.”
“이미 지나간 시험이고 난 땡시나 준비해야겠다!”
"형, 지금 PK 어디 돌고 있어요?"
“이번 주까지는 ER이고 다음부터는 OS야.”
“이번주 금요일에 예동있고, 다음주 금요일엔 총동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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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라면 의대생 간호대생들만 생활하는 학동 캠퍼스이다보니 그들만의 문화, 그들만의 언어가 존재한다. 타학과 사람들이 들으면 의학용어도 아닌 것이 당최 알 수 없는 언어들이다. 의대생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의미를 짐작은 할 수 있는 말들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은어들. 하지만 이 은어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애써서 하나하나 풀이해서 말하느라 장황하기 그지없을 의대생들의 대화. 이번에는 이런 의대생들의 은어에 대한 글을 써 볼까 한다.
▲ 얼마 전, 모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MC몽 의대가다” 사진. 의대생들의 은어를 모르고서는 도통 그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없다.
▼야마
의미: 흔히들 말하는 시험관련 족보를 이르는 말로, 많은 의대생들의 생명줄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이다. 기원은 공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하여 You Are My Assistant, 혹은 야마없이는 못 산다하여 You Are My All 등의 약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 단어의 진짜 기원은 아무도 모른다. 타 의과대학들에서는 야마를 소스(source), 족보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활용: "이번 시험은 야마 위주로 출제가 되겠습니다. 편하게 공부하세요.“
▼탈아먀, 탈마, 짱돌
의미: 시험을 치른 결과, 야마(족보)에 없는 문제들이 나왔다는 뜻.
활용: “아... 이번에도 탈야마라니... 시험 잘 봐야 되는데...” “시험문제 완전 짱돌뿐이던데?”
▼王(한글로 왕이라고 읽지만, 한글로 왕이라고 표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의미: 야마에 있는 기출문제들 중에 출제 빈도가 높은 편인 문제 혹은 학습 내용을 이르는 말.
활용: “공부할 시간 부족하면 王부터 봐! 중요한 게 중요한 거잖아!”
▼볼륨(volume)
의미: 학습내용이 부쩍 늘어나는 본과2학년 임상과목부터는 각 임상과목별로 기출문제집이 한권씩 출간되는데, 이 기출문제집을 볼륨이라 부른다.
활용: “어? 아까 교수님께서 수업하실 때 강조한 내용 볼륨에서 본 것 같은데? 이번에도 시험에 나올려나?”
▼본시, 재시
의미: 본시는 본시험, 재시는 재시험, 삼시는 삼시험을 뜻하는 말로 본시험 때 일정 수준을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재시, 삼시의 기회가 주어진다.
활용: “아... 나 해부학 시험 재시 걸렸어. 삼시까지 걸리면 안 되는데...”
▼교무재시
의미: 재시험까지 통과하지 못 한 학생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이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 하면 유급을 당해서 한 학년을 다시 다녀야한다. 한마디로 1년치 커리큘럽을 모두 다시 재수강 해야된다.
활용: "이번 교무재시 통과 못하면 이젠 정말 유급이야..."
▼폴리클(PK)
의미: 폴리클리닉(Polyclinic)의 약자로 PK(피케이) 혹은 폴리클이라고 하며, 본과3학년부터 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실습하는 학생들을 이르는 말이다.
활용: “너 요즘 피케이 어디 도냐?” “나 요즘 PK 소아과 돌고 있어.” “폴리클 선생님 이쪽으로 좀 오세요.”
▼유급
의미: 말 그대로 한학년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은 과정 1년을 다시 다녀야 된다는 것. 타 학과와는 달리 단1학점만 F를 맞아도 1년치 커리큘럼을 전부 다시 수강해야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유급당한 학생들은 아래 학년 후배들과 다음해부터 학교생활을 같이 해 나가야한다.
활용: “올해 1학년은 왜 이렇게 많지?” “작년에 윗 학년에서 유급을 많이 당했어요.”
▼땡시
의미: 모두가 두려워하는 시험의 종류 중 하나로 해부학, 조직학, 병리학 과목에 적용되는 시험 방식이다.(물론 이 세과목에는 다른 지필 평가 시험도 있다.) 해부학 실습 시신에서 특정 부위나, 생체조직의 현미경 사진을 프로젝터 슬라이드로 제시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맞추는 방식의 시험이다. 각 슬라이드를 볼 수 있는 제한시간은 대략 10초 정도 된다.
활용: “너네 해부학 땡시 언제보냐?” “땡시에 내가 말해준 문제 나오든?”
▼말리그(malig)
의미: 악성종양을 뜻하는 malignant, malignacy를 줄인 말로 의과대학이나 병원생활에서 악독(?)한 선배들을 지칭하는 후배들의 뒷담화.
활용: “저 선배(선생님) 완전 소무난 말리그라던데....” “그래!? 정말 그렇게 안보이는데...”
▼명학, 명학회관
의미: 학동에 있는 제3학생회관의 이름. 구내식당, 교직원식당,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 정독실이 있는 건물이다. 이름이 명학회관인데, 울명 자에 배울학 자를 써서 ‘학생들이 울며 공부하는 곳’이라는 한이 섞인 말도 있다.(참고로 의과대학 학생들은 전원 1인 1지정 정독실좌석이 있다.)
활용: “모레 시험있으니까 수업끝나고 명학가서 공부나 해야겠다.” “나 오늘 점심 명학에서 먹을래.”
▼예동, 총동
의미: 예동은 예과 동문회, 총동은 총 동문회를 뜻한다. 동료의식이 강한 의과대학 및 병원 사회인데다가, 호남지역이다보니 같은 고등학교 출신 선후배간의 연대의식이 강한편이다. 그래서 재학생 시절부터 동문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예과생 위주로 열리는 동문회는 예과동문회(예동), 예과생과 본과생 그리고 졸업한 선배들이 모두 모이는 동문회는 총동문회(총동)이라고 부른다. 물론 광주전남지역이 아닌 타지역 출신자들은 동문회가 없다.
활용: “너네 동문회 언제해?” “우리 이번 주 주말에 예동있고, 다다음주에 총동 있어.”
▼옵세, 옵세시브(obsessive)
의미: 원래 의미는 ‘강박적인’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이지만,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토씨하나 안 빼먹고 암기할 정도로 열심히, 완벽하게 공부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해부학 스터디를 받을 때 조사까지도 완벽하게 외워버리려하는 사람들이다.
활용: “쟤 알고보니 완전 옵세인거 같아.” “내가 좀 옵세한 성격이 있어서 공부를 다 하기 전에는 잠을 못 자.”
▼스캐너(scanner)
의미: 사진이나 그림을 컴퓨터 그림파일로 옮겨주는 유용한 기구. 의대생들에게 있어서 스캐너란, 교과서나 강의안, 노트에 있는 내용들을 모조리 외워버리는 기인들을 뜻하는 말이다. 이들에게는 못 외우는 게 없다. 글씨와 내용을 외운다기 보다는 그냥 눈으로 쑥 훑으면서 페이지를 스캔 떠버린다는 표현이 더 맞다. 온갖 질병을 진단하는 알고리즘이나 약물이 변형되어 과는 생화학적 메카니즘(mechanism)을 머릿속에 스캔을 떠버리는 정말 기인들이다.
활용: “해부학 스터디할 때 주변 사람들을 말리게 하는 스캐너들이 꼭 한두명씩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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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대략 자주 쓰는 은어들을 정리해 보았다.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다음 기사를 연재하면서 보충(?)해 갈까 한다. 다음 기사는 ‘[의대생story⑥] 가운을 입다 : 여기서부터 달라지는 거야’로 의대생들의 병원실습에 대한 이야기를 담도록 하겠다. 필자가 아직 본과 2학년이라서 임상실습 경험이 없으므로 부족한 면이 많으리라, 선배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잘 담아내 보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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