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 주일.
지내다보니 오늘은 주일. 중국 운남성에서 일주일째다.
아침6시15분에 우리숙소 TK인 홍쌤의 모닝 노크에 깨서 눈비비고 일어났다.(집에서 같으면 주일아침 이 시간에 일어난다는 건 꿈도 못 꿀일이다) 대충 머리만 감고 아침큐티를 나눈 뒤 식당으로 갔다.(SC에 들어온 후로 그래도 한번씩은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은지는 오래다)
아침 식사는 따뜻한 쌀국수. 매끼마다 밥을 평균 세그릇은 먹고 있는데도 밥상 앞에만 앉으면 식욕이 돋는 이유는 뭘까. 옆에 앉아있던 지연이누나가 다 못 먹겠다길래, 그것까지 마저 두 그릇을 깔끔하게 뱃속으로 넣고 따뜻해진 배를 쓰다듬으면서 베이스캠프 숙소 앞에 모였다.
가져갈 짐들을 정리하고, 간식거리 등 더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오늘은 아침부터 걸어가야할 거리가 긴데다가, 어제처럼 점심 먹을 시간이 따로 없을지도 모르니 간식거리를 챙겨가야 했다.
이른 아침부터 여관 앞에 불려온 트럭에 모든 짐을 싣고 사람도 모두 탔다. JM으로 가는 길이 중간에 유실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거리가 상당하니 최대한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까지는 차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것.(처음부터 걸어갈 줄 알았는데, 조금은 더 편하게 가는 것 같다)
사방이 확 트인 트럭의 짐칸에 타는 것도 나름대로 묘미가 있었다.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진 산지를 바라보는 것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했고, 저 멀리 서 있는 산이 곧장 눈 앞으로 달려올 것만 같았다. 그건 아마도 그 산지 위에 푸른 하늘과 뭉게뭉게 높은 구름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전날 카메라 배터리를 많이 써버려서 오늘은 사역지에 가서만 사진을 찍기로 했을뿐더러, 지나는 길이 황토길에 주먹만한 돌을 박아놓은 울퉁불퉁한 길이라 차체가 많이 흔들려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다행히 WELL팀 선생님들도 카메라를 가지고 오셔서 사진을 많이 찍고 계시니까 나중에 한국에서 이 곳 풍경 사진들을 받으면 될 듯 하다.
그렇게 저 멀리는 푸른 하늘과 산지가 보이고 길가에는 어른 팔뚝만한 옥수수가 자라고 있는 옥수수밭을 끼고 있는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20분쯤 갔을까?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듯 트럭이 멈췄고, 모든 짐과 사람이 내렸다. 이제부터 걸어가야하나보다.
짐도 그리 많진 않은데다가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이라면 얼마든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모두들 주머니에 해바라기씨를 한움큼씩 넣어두었다가 하나씩하나씩 까먹으면서 이야기하면서 길을 걸어갔다. 쿤밍에서 SC로 오는 차 안에서도 우리팀원들간의 재미있는 대화를 이끌어냈던 해바라기씨. 모두가 알게모르게 그 매력과 중독성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유쾌한 마음으로 걸어가면서도 '이정도면 트럭도 지나갈만한 길인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참을 걸어간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마도 길이 좁아서 나중에 유실된 길을 만나면 그 몸집 큰 트럭의 방향을 다시 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라.
여하튼 눈 앞에는 멋진 풍경이 있고, 바로 옆에는 함께하는 이들이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SC에서 JM으로 가는 길.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산지와 그 사이의 골짜기. 찍고나서 한바퀴 돌아보니 반대쪽 하늘이 더 맑고 멋있었지만, 배터리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 스위치 OFF.
그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조금 가다보니, 길이 그동안 내린 비로 씻겨내려 가 있더라... 주위에 있던 통나무로 다리를 만들어서 한명씩 한명씩 차례로 건넜다.(그 와중에도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는 백홍 간사님)
조금 더 앞에 있던 진흙탕.(또 진흙탕이야...) 잘못 밟으면 발이 쑥쑥 빠진다.
조금 험한길들을 지나고 나니 눈앞에 펼쳐진 광대한 산지...
우리는 이 곳에서 놀라우신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호수아와 갈렙이 가나안 정탐을 다녀와서 담대히 말했듯이...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이 땅과 이 곳에 사는 민족들을 우리 마음에 품게 하소서...
푸른 산지와 하늘을 향한 영광의 찬양을 부르고, 바로 뒤에 마련된 황토방 특설무대에서는 우리팀의 특별공연이 있었다. 수련회 때 땀흘려가며 준비했던 찬양과 율동. 교회가 없는 이 곳에서는 한 소절도 못 해보고 돌아가게 될 줄 알았지만, 이 곳에서의 즉석 공연은 우리 남쪽팀 모두에게 활력소가 되었다.
우리들의 특별 출장(?)공연으로 사기를 충전하고, 다시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JM을 향해서 걸었다. 사방이 고요하고 인적이 드문 길을 지나는 지금, 찬양이 빠질 수 없다. 여기저기 짝지어서 길을 가던 사람들의 입에서 찬양이 멈추지 않고 흘러 나왔다. 기쁨의 찬양, 영광의 찬양, 축복의 찬양. 무반주에 라이브 찬양은 리듬이나 박자가 아닌 가사속으로 흠뻑 젖어들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귀한 예배의 시간이었다.
오전부터 흐리던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덮이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들 다행히 우산이나 우비를 챙겨와서 각자 대비를 하면서 계속 걸었다.(사실 이 때 당시는 갑자기 혹시나 했던 비가 쏟아지길래 이래저래 불평했었는데, 돌아올 때 몇시간을 땡볕아래서 걸어오면서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적절한 때 비와 구름을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였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우리의 찬양 행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주위의 푸른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비를 보며 인자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땅만보면서 걸어가다가도 앞에서 들리는 찬양소리에 얼른 앞으로 달려가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바라보면서 함께 찬양하기도 했다.
그렇게 찬양하는 순간순간,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단지 입가에 맴도는 미소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자유를 느꼈다. 단순한 해방감같은 자유가 아닌, 그 분의 이름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그런 자유...(표현 불가)
비포장 길, 비가오면 씻겨 내려가버릴지도 모를 황토길.
하지만 아름다운 길. 푸른 길. 그리고 아름다운 동역자.
처음 비가 쏟아질 때보다 조금은 차분해진 빗속을 걸으며 나름대로 한참 깊은 감상에 젖어있을 때, 앞에 가던 사람들의 다왔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보니 벌써 3시간을 넘게 걸어왔다.
다왔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앞에는 마을회관처럼 보이는 2층 건물이 한 채 있었다.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이미 30여명쯤 있었다. 구불구불 울퉁불퉁한 산길을 즐겁게 걸어오긴 했지만, 역시 오랜시간을 걸은 후라 조금 쉬고 싶었을만도 했지만, 오랜시간 우리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바로 눈 앞에 있는데다가, 해가지기 전에 다시 SC마을로 철수해야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각팀별로 자리를 잡고하고, 세팅을 했다.
바깥 날씨를 보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심심치 않게 내리던 빗방울이 점점 뜸해지더니 곧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있나... 비가 와서 오고 싶은 사람들이 못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주의 은혜라...
먼 길을 걸어서 힘들긴 했지만, 서둘러서 자리를 잡고 세팅을 했다.
신장 체중도,
혈압 측정도,
시력검사도,(전날 하루만에 5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온 까닭에 소변검사지가 바닥이나서 더 이상 소변검사는 할 수 없어서, 제은이형은 시력검사팀으로 일했다)
보건교육 팀도,
진료팀도,
약국팀도. 모두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잡고, 사역을 시작했다.(마을 회관이 SC의 소학교처럼 넓이 않은데다가 전날 했던 방법에서 주의집중 시키를 요령을 터득해서 방 한 칸에 다수의 인원을 모아서 교육하게 되었다)
JM마을에서 CMF의 건강박람회와 WELL팀 선생님들의 진료 및 처방 사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마을 회관의 모습.
모두가 시작부터 각자 맡은 곳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오늘도 변함없이 널럴함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Photo by 최상태 샘]백홍 간사님과 장민 형제.
간사님은 이 날에도 주로 전체적인 질서를 잡아주는 줄반장(?)을 하셨고, 장민 형제는 변함없이 찍사였다.
[Photo by 최상태 샘] 널럴한 찍사의 여유와 이닦기 교육팀의 대조적인 표정.
#.Bonus Episode
카메라.
깊은 산속에 있는 마을로 들어간다는 말을 들은데다가, 카메라 가방을 빼고도 들고갈 짐들이 많아서 쿤밍 베이스 캠프에서 충전기를 가지고 가지 않았었다.(평소에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5일쯤은 여유있게 쓰는 정도였기 때문에....)
결국 SC마을에서 배터리가 거의 바닥을 보였고, JM마을에 와서 마을회관 사진을 마지막으로 배터리가 바닥이나서 다시 쿤밍에 돌아갈 때까지는 내 카메라를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찍사는 실직을 하고 방황했지만, 진료하시는 WELL팀의 최상태 선생님께서 카메라를 선뜻 빌려서 다시 찍사로 복귀할 수 있었다.
사역을 시작할 때 즈음, 보다시피 날씨가 거짓말 같이 맑아졌다.
여차여차 건강박람회는 어제 첫 사역 이후의 피드백을 통해 조금 더 개선된 모습으로 질서있게 돌아갔고, 처음부터 끝까지 부산했던 어제와는 다르게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아직까지는 보조인원이 필요한 것 같지 않았다.
마을 회관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 주님.......!
바로 여기 계셨군요...!
머릿속엔 순간 '경이로움' 외에는 다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SC 마을에서 JM마을로 오는 길에 봤던 '아름답고' '푸른'풍경들은 예고편에 불과했던 것처럼 보였다. (이러다가 나중에 그랜드 캐니언이라도 보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숨막히는 경이로움이라... 그 말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눈 앞에 펼쳐진 그 분의 살아 숨쉬는 풍경화를 바라보고, 카메라에 담으면서 오늘 내가 집중해야될 부분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사람들. 그 분의 계획속에 우리팀과 만나게 하신 이 곳의 사람들.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나 뿐만 아니라, 우리팀의 어떤 사람이 보아도 현지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잠시 멈춰서 한동안 다음 사진으로 넘기지 않게 할 수 있는... 언젠가 다른 사역지에 갔을 때에도 '그 때 그 사진속의 그 사람'이 떠오르도록 만들 수 있는 그런 것...
디지털 카메라 사진이라고는 이론이고 뭐고 전혀없이, 중학교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2만여장을 찍어본 게 다이지만, 조금 더 가까이서 현지인들의 모습을 담아 보기로 했다.
2층 옥상에서 한동안 궁상을 떨다가 내려와보니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궁상을 많이 떨긴 많이 떨었나보다)
하지만 질서는 정말 잘 지켜졌다.
어떤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을까?
줄서서 기다리는 아저씨,
아주머니들(등에 업힌 아이가 카메라를 쳐다본다. 하하~ 귀엽네)
맨발에 애까지 업고오신 할머니, 밭일을 하다가 오신 모양이다.
남녀노소 JM 마을 동네사람들이 골고루 온 것 같다.
이 사람들...
하늘을 가르는 듯한 멋진 하늘 아래서 살고있는 사람들,
처음보는 디지털 카메라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할 줄 아는 사람들.
평온해 보인다.
보고 있으면 느긋해진다.
그냥...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이번에도 역시 시력검사 booth의 줄이 많이 밀려있었다. 잠깐 도와달라는 언영이누나의 말을 듣고 얼른 달려가서 언영이누나와 교체해서, 제은이형의 시력검사 보조를 했다. 한손엔 건강박람회 chart를 들고, 한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고!
작은 꼬마도,
젊은 청년도,
아주머니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시력검사를 하면서 웃었다.
어제 SC마을에서 시력검사를 할 때보다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적어서 그런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다. 혹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설명해주면 금방 이해하고 웃으면서 시력검사를 했다.
그렇게 시력검사 booth에서 보조를 하는동안 시간이 많이 지나긴 지났는지 건강박람회의 줄은 거의 없어졌고, 건강박람회 다음으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점심을 제 때 못 먹은 것 같다. 오는 사람이 줄어서 시간이 생긴동안 옥수수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오토바이에 실려서 마을회관으로 배달 되어온 따끈따끈한 옥수수 맛은 정말 최고였다.
한가해진 틈을 타서 먼 산을 바라보며 먹는 옥수수맛은 최고!
푸른 하늘, 푸른산.
온통 푸른 향기에 몸을 맡기고.
하늘로 날아볼까?
마을 회관 옥상은 정말 최고의 사진 촬영 장소였다. 경치가 끝내준다는 말에 아래서 쉬고 있던 팀원들이 다들 옥수수를 입에 문 채로 옥상으로 달려와서 사진을 한장씩 찍을 정도로.
박람회가 거의 끝날 쯤에야 자투리 시간이 생겨서 아이들에게 네일아트도 해주고,
귀여운 아기와 눈도 마주쳐본다.
줄이 다 없어지고나서 늦게 온 사람들까지 잘 마무리 짓고 나서야
보건박람회는 마무리 되었다.
보건교육 마지막 코스인 양치질 교육을 맡았던 우리팀의 맏형 희문이형. 보고만 있어도 너무 든든하다. 너무 수고 많았던 희문이형.
건강박람회는 끝났지만 WELL팀의 진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WELL팀 팀장님 김선생님,
최 선생님,
약국의 박선생님,
그리고 세 분들도, 우리팀보다 훨씬 고생이 많으셨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셔서 우리팀과 세번째 마을로 갈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오후 5시가 조금 못 되어서 건강박람회, 진료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다. 원래는 해가 지기 전에 SC마을로 돌아가야 했기에 4시까지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지만 예상보다 사람들이 많이와서 조금 늦게 마무리된 것이다.
이제는 다시 SC마을로 돌아가야할 시간. 이 곳 JM마을 사람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었던 왠지 모를 평온함과 사방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에서 느낀 자유를 가슴에 안고 돌아간다.
올 때 오랜시간 동안 걸어온 만큼, 돌아갈 길도 멀다. 주머니에 걸어가는동안 무료함을 달래줄 심심풀이 해바라기씨를 한주먹씩 넣고 출발.
SC에서 JM으로 올 때는 온통 구름이 꼈다가 비가 쏟아져서 날이 더운줄 몰랐는데, 다시 돌아갈 때는 구름이 걷히고 뜨거운 볕이 내리 쬤다. 불과 몇시간 전 걷는 길에 비오는 것이 마냥 귀찮은 줄만 알았는데, 막상 지친 몸을 이끌고 뜨거운 태양아래 산길을 몇시간 걸어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지난 일이지만 JM으로 올 때 내렸던 비를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PHOTO by 최상태 선생님]
하지만 JM으로 올 때는 보지 못했던 맑게 개인 풍경을 감상하며 산길을 걷는 것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먼 산과 먼 구름까지 보이는 끝없는 푸르름.
[PHOTO by 최상태 선생님]
중간중간 팀원들과 사진도 찍고, 한두명씩 같이 발을 맞춰 걷는 길동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겁기만 했다.
귀환길 길동무가 된 제은이형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앞에서 꽥꽥 거리면서 뒤뚱뒤뚱 걷는 오리떼 뒤에서 같이 뒤뚱뒤뚱 따라서 걸어보기도 하고, 피곤한 팀원들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가 힘찬 엔진소리를 내며 이따금씩 지나가면 눈 마주치면서 손 흔들어 주기도 하고...
그렇게 차분하게 산길을 걸은지 두시간이 넘은 것 같다. 오늘 하루, 운동화가 아닌 아쿠아 슈즈를 신고 몇 시간을 걸었더니 발에 물집도 군데군데 잡히고 다리도 점점 피곤해졌다.
마침 다른 팀원들과 같이 오다가 오토바이 뒤에 타고 옆을 지나가던 희문이형이 제은이형과 내가 있던 곳에서 내려서 나에게 양보해 주었다.(아, 이렇게 고마울수가...)
볼 때마다 새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았지만, 저녁 시간을 위해서 먼저 숙소에 가서 쉬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오토바이 뒤에 탔다.
울퉁불퉁한 길을 잘도 부드럽게 잘 달리는 오토바이 뒤에서 바람을 쐬는 것도 재미있었다.(이게 몇년만에 타보는 오토바이인지...)
그래도 두시간을 넘게 걸었으니 조금만 가면 SC마을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10분을 넘게 오토바이를 타고와서 내리고보니 오토바이 타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한편으로는 양보해준 희문이형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어쨌든, 숙소에 들어오니 온 몸에 긴장이 풀리고 다리에서부터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얼른 씻고 누워서 한숨 자고 다른 팀원들이 도착하면 일어나서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씻고 나니까 뒤에서 걸어오는 남은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자리에 누울 수가 없었다.
일기장을 펴들고 숙소 방 밖으로 나왔다.(매일 일기쓰다가 일기장 위에서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계단 난간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고 서서,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를 되짚어 보았다.
때에 따라 적절한 날씨와.
경이로운 자연.
평온해 보였던 그 곳 사람들.
함께 길을 걸었던 동역자들.
멈추지 않는 찬양.
그리고 그 속에서의 말할 수 없는 자유함......
지금까지 내 삶 속에서 이런 예배가 또 있었을까?
온 종일 감사할 수 있었고, 온 종일 마음으로 입으로 그 분을 찬양할 수 있었던 그런 하루. 몸은 피곤했지만, 평온했다. 일상에서 쉽게 잃어버리기 쉬운 이런 예배가 회복되기를......
그렇게 또 한시간쯤 일기장과 머리속에서 궁상(?)을 떨다가 식당에 가보니 대부분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린 배를 갈수록 입에 착착 달라붙는 일용할 양식으로 채워주시는 주님께 감사하며 밥 4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이 놈의 뱃속엔 도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건지...
식사 후, 9시 저녁모임 때는 지연이누나가 '나의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잠깐 간증하는 시간을 갖고, 주일 예배를 드렸다.
홍샘께서 말씀을 전해주셨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
마태복음의 베드로가 예수님께 고백한 말씀. 내가 비전트립을 준비하면서 가지고 온 말씀이었다. '나의'그리스도이신 그 분의 크심을 더 알아가는 비전트립이 되기를 기도하며 준비했던 비전트립...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 나의 이웃은 예수를 누구라 말하는가, 더 나아가서 누구라 고백하는가. 나의 이웃은 누구인가... 하는 홍샘의 말씀은 다시 한번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스도가 내 삶에 주인되심을 고백하고 그 놀라운 복음을 내 이웃에게 전하는 것이 나의 사명... 나의 선택이 아닌 나의 사명...
복음이 자유롭게 들어오지 못하는 이국, 낯선 땅에서 드리는 예배. 남쪽팀원들 20여명이 한방에 모여서 방문과 창문을 닫고 조용히 드리는 예배.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그 날에 이 땅 가득 그 분을 찬양하는 소리가 가득 울려퍼지기를 기도하며 예배를 마쳤다.
예배 후, 언제나 즐거운 교제 시간과 내일 마을에서 나가는 차를 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한다는 광고를 마지막으로 저녁모임이 끝났다.
저녁모임을 마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아........!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 거기에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까지 보였다. 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름 모를 수많은 별들. 목이 아플 정도로 하늘을 쳐다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카메라 배터리가 다 돼서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사진으로는 담지 못하는 대신에 그만큼 기억 속에 선명하게 담아 두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았다.(다른 팀들도 이 시간 우리들 같이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SC에서의 마지막 밤은 소리없이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아래서 그렇게 지나갔다. 온 종일 감사하고 찬양할 수 있었던 일상의 예배와 그 속에서 느낀 자유에 설레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아... 내일 일찍 일어나야되는데......'
Chapter7.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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