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일
북쪽으로 가는 두 팀(이하 LQ팀과 YL)은 9시에 출발한다. 남쪽팀은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 때문에 같은방을 쓰는 형들이 다들 바쁘게 아침활동을 시작하는 가운데 나는 느긋하게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아침부터 부산한 북쪽팀 형들에게 화장실을 양보한다는 것을 핑계로 세수도 안 하고 아침밥을 먹는 여유를 부렸다.
*9:00am
어젯밤부터 시작된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 것이 날씨가 심상치 않다. LQ팀과 YL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사역지로 가기 때문에 고생할 것 같아서 걱정된다. 그렇게 두 팀을 먼저 보내고나니 집안이 휑하다. 거의 4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가 우리팀 12명과 선생님들 몇 분만이 집에 남았으니...
형제 숙소에 모여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전날 밤에 마무리하지 못한 짐을 싸고 방정리를 한 뒤 다시 모이기로 했다. 개인짐은 정말 필요한 것들만 챙기니까 짐이 별로 크진않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던 중, YL팀이 기차를 놓쳤다는 소식을 듣고, YL팀을 위해서 기도하고 우리도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12시, 점심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맛있는 수박을 먹고, 오후 1시에 우리 남쪽팀(이하 SC팀)도 출발했다. 우리팀은 북쪽팀들과는 달리 숙소에서부터 렌트한 봉고차 두대에 나눠서 짐을 싣고 타고 가게 됐다.
도심에서 외곽으로 벗어난 곳에 있는 듯한 고속도로를 탔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경사로에까지 물이 고인걸로 봐서 정말 비가 많이 오긴 많이 왔나보다.
사역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운남성 지도를 봤을 때, 쿤밍에서 우리가 갈 사역지까지 적어도 수백 킬로미터는 돼 보였는데. 앞으로 이 차를 타고 얼마나 가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역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도로에 나 있는 표지판에 써 있는 문자가 한글이 아닌 한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별로 다를 건 없는 듯 하다. 차도 오른쪽 차선을 타고, 차선도 잘 그려져 있고, 주위에 푸른 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그렇게 중국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채, 동역차(車)에 함게 탄 동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오디오에서 나오는 찬양에 마음을 실어보기도 한다.
중간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면서,
옥수수도 먹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남쪽행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거리상으로 절반쯤 왔을까? 맑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운남성 날씨는 변화무쌍하다더니 정말인가보다.
선생님들과 간사님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가게 될 산골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유실된 것이 분명하다. 우리팀이 도착하기 전부터 우기에 내린 비로 길이 무너진 듯 하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모두들 별로 동요하는 것 같진 않다. 여전히 차안에서 잘 먹고, 잘 떠들고, 잘 자는 것이...
쿤밍 숙소에서 출발한지 5시간쯤 됐을까?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서, 우리가 들어갈 산골마을인 SC에 진입하기 전 마지막 번화가인 MJ마을로 들어섰다. MJ에서 SC로 들어가는 시간 또한 오래 걸릴테니, 일단 이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겉보기에 허름한 식당이라서 다들 내심 왜 이런 식당엘 왔을까하고 웅성웅성 했지만, 이 날 우리팀이 먹은 저녁식사는 중국에 있는 동안 먹었던 식사 중에 최고의 밥상이 되었으니...
여차여차 각자 실력을 발휘해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일단 오늘 밤은 이 곳 MJ마을에서 묵기로 하고, 몇몇 건장한 형제들을 차출(?)하여 SC로 향하는 산길의 유실된 곳까지 정탐을 보냈다. SC로 향하는 길의 상태가 어떤지 확실히 알 수도 없는데다가 날도 어두워져서 거의 20여명이 되는 인원이 모두 움직이기에는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이었으리라.
정탐대가 돌아올 때까지 모두가 여관의 한 방 모여서 긴급회의 및 기도회를 했다. 모든 염려와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왔던 건강박람회 등의 모든 계획까지.... 모든 걸 내려놓고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그 분이 어떻게 말씀하시든지 순종하고 따를 수 있도록...
(기도할 때는 문도 창문도 닫고, 커튼도 치고 조용히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은 중국이기 때문에...)
정탐대가 도착했다. 상황은 들었던 대로 비가 많이 와서 산길이 진흙탕이 된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토산이 무너진 곳도 있어서 그냥 지나가기엔 무리가 있을 거란다. 정 가고 싶으면 한사람당 삽자리 하나씩 들고 가서 길을 만들어서 가는 수 밖에 없다고...
계획대로 계속 갈 것인지, 계획을 돌릴 것인지, 계획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가 타고온 봉고차로는 산길을 계속 갈 수 없을텐데 어떻게 할 것인지는 리더들 몇명이 모여서 최종 결정을 하기로 하고 일단 오늘 밤 묵을 여관으로 흩어졌다.
어떻게 될지는 내일 날이 밝아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관 시설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침대도 있고 충분히 샤워할 수도 있는데다가 깔끔해 보인다. 벼룩은 커녕 모기한마리 없을 것 같다.
여관에서 셀카 한번. 별로 긴장되거나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지 아마? 조금 피곤해 보이는 것 빼고는...
여관에 묵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인 듯 하다.
사진만으로는 부족한 여정의 자취를 채워줄 일기장과 똑딱이 볼펜. 그리고 교회가 없는 마을로 들어갈 일이라 성경책을 가져가지 않기로 하고 따로 복사해서 가져온 잠언 말씀 복사본.
그렇게 하루간 있었던 일들을 잠깐 일기장에 정리하고, 침대 위에 무릎 꿇고 잠깐 기도한다. 밖에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 외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정적... 좋다.
"주님, 여기까지 오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에 이런일이 닥쳤는데 막상 걱정은 안 되네요. 어떤 방법으로든 주님께서 일하실꺼죠? 북쪽으로 간 다른 팀들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아침에 기차를 놓친 팀도 다음 기차로 잘 가고 있겠죠? 우리비전트립팀 모두 감사함으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 밤이 되니까 비염 도지는 것 같아요. 저 같이 몸이 아픈 지체들 주님께서 만져주세요.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내일의 모든 일도 주님게 맡깁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Bonus diary memo.
꿈속에서 여러 건물들 사이를 방황하며 무엇가를 애타게 찾아다니는 듯한 내 모습. 답답한 마음인지 높은 탑에 오르고 있는 내 모습. 그리고 아래서 나를 향해서 뭐라고뭐라고 외치면서 자기 손을 잡으라고 손 쭉 뻗어 내미는 윤석민 간사님. 들리는 목소리가.
"빌립보서 2장 11절!" 너무 명확한, 또렷한 꿈에 당황한 나머지 잠에서 깨서 머리 맡에 둔 일기장과 펜을 집어 들고, 대충 꿈 내용과 "빌립보서2장11절" 이라고 써 두고 다시 잠에 빠졌다.
이 꿈이 무슨 계시일 것이라, 하나님의 음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또렷한 꿈은 난생 처음이라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성경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지금, 빌립보서 2장11절이 무슨 말씀인지 알 길이 없다. 그냥 쿤밍으로 돌아갈 때까지 마음에, 그리고 일기장에 담아 두어야지.
8월3일
*7:30am
어제밤보다 차분해진 빗줄기가 새벽의 얕은 잠을 깨운다. 한국에서의 차분히 내리는 봄비처럼 바람한점 타지않고 사뿐히 내려 않는 비...
잠언 17장 22절 -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제의 예상치 못한 일에도 근심하지 않는 지체들, 혹은 마음이 상해 있을 지체들을 위해서 하시는 말씀이리라.
*8:00am
아침식사로 숙소 앞에 있는 음식점에서 만두와 비지에 찍어먹는 중국식 바게뜨(?)빵을 먹었다. 어제 저녁을 그렇게 먹고도 신들린 듯한 젓가락질로 엄청나게 먹어댔다.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른 현지인들마다 놀란 혹은 동정심(?)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우리는 단지 평소에 하던대로 했을 뿐인데...
만두 9판에, 빵은 몇개를 먹은지 모르겠다. 옆에 있는 식당에서 쌀국수를 먹고온 누나들까지 만두판에 합세를 했으니...
아침에 쌀국수만 먹고 아쉬워라 하는 배를 달랬던 팀원들이 나중에 쌀국수도 먹고 2차로 만두도 먹은 몇몇 팀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격분(?)했다는 behind story.
아침인데도 우리 일행 말고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종종 들러서 음식을 먹고 가거나 사서 가는 걸로 보아 이곳은 장사가 나름 잘 되는 집, 일명 맛집인가보다.(중국에서는 아침식사를 대부분 사 먹는 것 같다)
*9:00am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서 여관 앞에서 모였다.
결국 계획대로 SC마을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는데, 쿤밍에서부터 MJ까지 타고 온 차가 아니라 새로 섭외한 이 트럭 한대로 산길을 가기로 했다.
CMF와 WELL팀, 그리고 선생님들까지 거의 2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람수의 배나되는 짐 꾸러미들과 함께 이 트럭 한대에 올라야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역시 원래 트럭의 짐칸에 사람이 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고, 가는 길에 공안이 있을지도 모르니 한시간여 동안은 짐칸의 천막도, 뒷문도 닫고 가기로 했다.
답답해도 참아야 된다.
[by최선생님(well)]누가보든지 트럭 안은 몸이 편한자리는 아니었지만, 어둡고 비좁은 트럭의 짐칸에 탄 덕분에 함께 사역하게 될 WELL팀 선생님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때도 역시 먹거리들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by최선생님(well)]유일한 통풍구. 한줄기 빛.
그렇게 산길을 한시간 조금 못 갔을 즈음, 짐칸의 뒷문을 열 수 있었고, 중간에 끼어 있었지만 사람들 틈으로나마 저 멀리 보이는 경치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공간이 여유가 없어서 카메라를 꺼내서 뒷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다)
몇 시간동안 산길을 가는 동안 내리막길은 거의 없었던 듯 하다. 오르고 오르고, 계속 올라간다. 한번씩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중간중간 이렇게 길이 조금 유실된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럴 땐 모두 차에서 내린다음,
트럭이 먼저 길을 건넌 후,
다시 올라타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산골마을 사역지를 향해 갔다.
중간중간에 있는 이런저런 장애물을 통과해서 우리가 타고온 트럭이 갈 수 있는 마지막 부분까지 도착했다. 토산이 무너져서 길을 덮쳤(?)다는 그 곳.
다시 올라타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산골마을 사역지를 향해 갔다.
중간중간에 있는 이런저런 장애물을 통과해서 우리가 타고온 트럭이 갈 수 있는 마지막 부분까지 도착했다. 토산이 무너져서 길을 덮쳤(?)다는 그 곳.
토산이 무너져서 원래 있던 길로 지나갈 수 없게 되었으니... 길 아래 내려가서,
다시 길로 복귀.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탕 길도 지났다. 바로 한발짝 옆에는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 하지만 다른팀들이 고생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내 앞에 있는 길이 전혀 고생길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거니와 힘든길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한걸음한걸음 옮길 수 있었다. 동역자... 참 소중한 사람들.
내 앞에 닥친 상황이 최악이 아니리라는 마인드는 한걸음 옮길 힘을 두걸음 옮길 힘으로 바꿔주고, 짧은 순간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 같다.
눈 앞에 펼쳐진 진흙탕 길. 5일동안 산골마을에서 지낼 내 짐가지가 든 배낭과 카메라가방, 그리고 어깨엔 박스를 짊어지고 진흙탕 한 가운데서 비틀비틀 균형을 잡으면서 사진 한장한장을 찍는 게 쉬운건 아니었고, 그냥 빨리 지나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순간, 좀 더 고생하더라도 내 역할을 잘 감당해서 팀원들의 모습들을 사진 속에 담아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건강박람회에서 적어도 한 사람당 한 booth를 감당하기로 했는데, 나는 따로 정해진 booth없이 순간순간을 사진에 잘 담아 내라고 풀어준(?)걸 보면, 나는 팀원들에게 빚지고 있는 거였다.
그렇게 서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우리는 무너진 길을 안전하게 건넜다. 슬리퍼를 신고온 사람들의 슬리퍼가 진흙탕 속에서 몇 번씩이나 벗겨지기도하고, 새 하얀 신발들이 황토빛으로 천연 염색이 되긴 했지만.....
함께,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토사로 뒤덮인 길을 건넌 후.
우리를 마중나온 SC로 향하는 버스에 타기 전, 길가에 흐르는 개울에서 발을 씻었다. 신발 속에서 끊이없이 쏟아져나오는 황토물.
(사실, 이 개울가는 결코 처음부터 황토빛이 아니었다)
그렇게 발가락부터 무릎까지 빈틈없는 천연 황토팩을 씻어내고 버스에 탔다. 물론 이 버스에서도 자리는 부족했지만, lady first에 이은 younger second의 미덕으로 동생 대접을 받으며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버스에서 한숨을 돌리고나니 유실된 길을 지날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주위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며 모두가 감탄을 연발한다. 그리고 곧이어 시작된 버스 안 찬양 퍼레이드. 창 밖의 경치를 감상하며 함께 감사의 찬양을 드리는 것은 정말 즐거웠지만, 많이 피곤했는지 찬양을 부르다가 어느새 스르르 잠들어 버렸다.
(덕분에 발을 씻는 사진을 마지막으로 마을에 들어가기까지의 사진이 단 한장도 없다는 슬픈 사연)
별로 많이 잔 것 같진 않은데, 벌써 SC마을에 도착했다고 내리자고 한다.(나중에 SC마을에서 나올 때 안 사실이지만, 나는 버스안에서 1시간30분~2시간쯤이나 잤던 거였다)
조금 늦긴 했지만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대부분 식당 앞에서 내리고 형제들 몇몇은 짐을 숙소로 옮기기 위해 식당보다 조금 더 아래에 있는 여관으로 갔다.
여관 앞의 SC마을 광장.
마을 안은 대부분 생각보다 길도 잘 포장되어 있고, 이것저것을 파는 상점들도 꽤나 많이 있다. 이곳 SC마을이 주위에 있는 더 깊은 산골마을들의 중심지란다.
북쪽팀들의 상황과는 달리 이곳 남쪽은 교회가 전혀 없는 곳이기 때문에 교회나 성도들의 집에서 자는 것이 아니고 계속 여관에서 지낼 듯 하다. 식사도 거의 식당 한 곳에서 해결할 듯 하고...
짐을 숙소로 옮기고 점심을 먹은 후, 내일 건강박람회 및 진료 사역을 하게 될 보건소와 학교를 둘러보러 갔다.
SC마을과 그 주변의 더 작은 산골마을의 보건을 담당하는 보건소. 한자로는 위생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약품, 시설 등이 미비하고, 무엇보다도 인력이 부족한 듯 하다. 정규 의료 교육과정을 밟고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단지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몇개월의 교육을 수료한 '향촌의생'들이 진료 및 처방을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의료서비스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내일 WELL팀이 진료를 할 보건소를 둘러본 후, 우리팀은 보건소 바로 옆에 있는 소학교(우리나라의 초등학교)로 갔다. 내일 아침 일찍부터 보건박람회를 시작해야하기 때문에 오늘 미리 청소 해 두기로 했다.
계단도,
복도도,
교실도 깨끗하게.
청소 후에 서로의 피로한 몸을 달래주며.
보건소와 학교를 둘러보고 사역을 위한 청소를 하고 나니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중국에 온지 며칠 됐으니 적어도 팀에서 한두명쯤은 음식이 입에 잘 안 맞는다는 사람들이 있을 법 한데, 우리팀은 갈수록 매끼마다 빈 밥그릇만 늘어간다. 다들 계속 중국에서 살아야될려나...
*7:00pm
식사 후에 한 숙소에 모여서 M국에서 온 D샘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면 모국에서 의사로서 남부럽지 않을만큼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도 있었을텐데, 하나님을 만나서 동양의 먼 나라 중국에의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위하여 그 권리를 기꺼이 포기한 그의 삶의 간증이 우리 모두에게 은혜가 되었다.
후기작업을 하면서 생각나는 것이지만 D샘의 삶이 구약의 아브라함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막연하게...
D샘의 이야기를 들은 후, 함께 D샘의 기도 제목을 가지고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이 분의 삶 속에 하나님의 놀라우신 위로와 평안이 있기를... 그리고 하나님께서 평생 그의 삶을 선하게 인도하시기를...
조용한, 하지만 뜨거운 기도가 끝나고 내일 하게될 사역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가져왔던 건강박람회 기념품을 지퍼락에 담는 packing작업을 했다.
500벌이나 되는 기념품들 꾸러미였지만,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척척척 손발을 맞춰서하니 금방 끝이 났다. 물론 여기에는 훌륭하신 작업반장 왕언니 혜림이누나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packing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아침부터 멀고 험한길을 오느라고 다들 몸이 충분히 피곤한 상태였지만, 잊어서는 안 될 sharing시간을 가졌다. 오늘 하루의 삶. 이곳 SC마을까지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우리팀을 사역지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과 지금 자신의 모습을 sharing하는 시간. 우리팀과 함께 사역하실 선생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인솔자, 통역자로서의 선생님들이 아닌 동역자로서의 선생님들과의 교제.
서로의 마음을 열어놓고 진정한 마음으로 그분 안에서 영적인 교제가 이루어지는 시간.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위로와 도전은 가히 하나님께서 공동체에게 허락하신 축복이라 할만하다.
Sharing시간에 나눈 것들과 앞으로의 사역을 위해 기도한 후, 숙소인 여관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아니, 몸을 던졌다기보다는 그냥 침대 위로 스르륵 몸이 무너졌다고 하는 게 적당할듯 하다.
내일부터 사역이 시작된다. 한국에서부터 나름대로 열심히 계획하고 준비해 온 것이지만, 우리가 하는 정말 작은 일에 파묻히지 않고, 이 땅을 향하신 그 분의 선하신 뜻과 그 분의 마음을 볼 수 있기를...
정말 몸은 피곤하지만, 하루동안 가슴 속에 담아둔 생각들을 바로 지금 짧은 한마디로나마 남겨 놓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꾸벅꾸벅 졸면서 일기장에 몇 문장 끄적여보다가 일기장 위에 뺨을 대고 슥 잠들어버린다.
Chapter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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