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0일.(12일째, 마지막날)
6시30분에 일어났다.
오늘 아침에 쿤밍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상해로 갔다가 다시 국제선으로 갈아타고 한국으로 간다. 서둘러서 아침식사를 하고 어제 잠자기 전에 챙겨놓았던 짐을 들고 8시에 차를 탔다.
떠나는 우리들, 그리고 보내는 사람들. 앞으로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울 거다.
공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을 떠올려보았다. 천 몇백장에 이르는 사진들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SC에서 배터리가 떨어져서 찍지 못했던 하루하고도 반나절동안이 여전히 아쉽다...
이제 공항으로 가는 동안 거리의 모습이나 담아볼까?
중국에서 자전거는 단순한 자전거로만 쓰이는 건 아닌 것 같다.
무단횡단 아닌 무단횡단. 이 도로가 6차선 정도는 됐었던 것 같은데... 횡단보도는 있지만 신호등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가장 바깥차선을 달리는 오토바이와 자전거.
모양도 가지 각색이다. 10년 전쯤 TV 뉴스에서 중국 특파원이 보도를 하는 장면을 보면 천안문 광장을 가득메운 자전거 무리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의 도로 위를 보니 자전거 반 오토바이 반인 듯 하다.
분명히 오토바이이긴 오토바이인데, 왜 이렇게 조용한가 했더니, 기름을 넣고 가는게 아니라 배터리를 충전해서 움직이는 거라고 한다. 쿤밍이 고산지대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형이 평탄해서 배터리 힘으로는 후달릴 정도로 심한 경사는 없다고 한다.
오토릭샤. 사역지로 떠나기 전날 밤에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숙소로 돌아올 때 15분에서 20분정도 타고 왔는데, 요금은 8원.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 정도. 양 옆으로 차를이 쌩쌩 지나가는 도로 한복판에서 덜커덩 소리를 내며 도로를 달리는 오토릭샤의 스릴을 한번쯤은 느껴볼만 하지만, 거기까지!
쿤밍 시내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여러번 봤던 병원이다. 병원 위로 보이는 건 일반 아파트인 듯 하다. 쿤밍 시내를 다니면서 이런 주상복합형 아파트가 많이 보였다.
이런 건 뭐라고 해야되지? 말달구지?
차를 탄지 한시간정도 지났을까?
쿤밍공항에 도착했다. 아마도 첫날 쿤밍공항에서 숙소로 왔던 길을 똑같이 반대로 온 것 같다.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들고 완던 짐 몇 개가 줄어서 조금 더 수월했다.
희문이형. 짐수속 줄을 기다리면서.
중국에와서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뽐내는 것 같은....
혜영이누나의 신발. 작별인사 전에 마지막 모습. 험한 산길을 다니느라 고생한 모양이다.
다들 버리는 셈 치고 가져왔던 신발이나 옷가지들을 정말로 한두가지는 버리고 가는 듯 하다. 나는 모두 그대로 가지고 돌아왔지만...(산골 마을로 들어가면 옷이 좀 먹을 수도 있다길래 후줄근한 옷을 챙겨왔지만 좀은 커녕 벼룩 한방 안 물려봤다)
짐수속을 마치고... 하나하나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출발할 때 인천공항에서 찍었던 모습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써 있었다면, 지금의 모습엔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써 있는 듯 하다. 각자 무언가를 하나씩 얹어서 가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각자의 마음에 주신 선물을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세관을 통과하기 전 김샘께서 한사람한사람 악수를 하면서 인사해 주셨다. 공항까지 배웅해 주시면서 우리 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어주신 김샘, 홍샘, 강샘. 참 귀한 분들.... 감사하다.
뭐 살만한 것 없을까하고 돌아다니면서 한두가지 물건을 샀다.
소수민족인형.(내가 산건 아니지만) 뭐야. 26가지 밖에 안되잖아!?!?
쇼핑도 다 하고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책 읽는 것을 무지무지 좋아하시는 윤석민 간사님. 여행기간 내내 손에서 책이 떠나질 않았다. 나에게도 도전이 되었던 윤간사님의 독서 습관.
10시 20분 비행기를 탔다.
take off...
창문 아래로 쿤밍이 보인다.
앞으로 상해공항까지는 3시간. 상해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시간보다 더 오래걸린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서 기내식을 먹으면서 창 밖을 봤다.
너무 예쁜 하늘, 구름. 그 위로 날고 있다.
조금 더 있으니까 구름 사이로 상해 시가지가 보인다.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고 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탔다. 올 때는 한참 성수기라서 푸동 공항에서 국제선에서 국내선으로 환승이 됐었는데, 갈 때는 국내선 공항에서 국제 공항으로 이동해야했다.
버스로 한시간쯤 가서 도착한 상해 푸동 국제공항. 인천에서 올 때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상해 공항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3시간 정도를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탄다.
우리의 주린배를 채워준 완소 햄버거!
공항 로비의 바닥을 점령하고 먹는 햄버거맛은 정말 최고!
(餘談: 이번에도 역시 우리 믿음조는 다른팀들이 먹는 속도의 2배였다. 다 먹고 쓰레기까지 처리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먹고 있었던 소망조와 사랑조.)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다보니 기다리는 시간도 금방이다. 애프터 언제할까, 뭐 할까, 뭐 먹을까... 생각만 해도 즐거운 애프터 이야기. Korea행 비행기가 30분인가 1시간이 delay되서 면세점에서 마지막 쇼핑을 할 시간이 늘었다. 무거운 짐을 짐수속대로 보내고, 출국 수속을 마친 뒤 쇼핑을 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딱히 살만한 게 없다. 작년에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이나 싱가폴 CHANGi공항에서 쇼핑할 때와 비슷한 이 기분...
그냥 먹을 거나 이것저것 샀다. 역시 먹는 게 남는 것!
6시 40분쯤, 쇼핑을 마치고 모두들 게이트 앞에 모였다.
지친 모습이지만 왠지 뿌듯해 보이는...
원주캠퍼스.
컨셉은 가족사진이란다. 비전트립 기간동안 가족관계가 만들어진 듯한 사람들. 하지만 촌수정리 안되는 콩가루집안이라는 거~
인기폭풍 윤호와 단 둘이 사진찍기에 성공한 효정이누나.
중국시간 저녁 7시, PUDONG 발 인천행 비행기가 중국 대륙 위로 떴다. 쿤밍 공항에서 비행기가 운남성 땅에서 이륙할 때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중국을 떠나는 바로 이 순간. 머리 속으로 비전트립 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이 때의 다시 밀려오는 감격을 간직하고 싶어서 일기장을 펼친다.
[일기 중에...]
이제 드디어 집에 간다... 꿈만 같았던 10여일 간의 비전트립.
이젠 현실이다. 비록 여행을 떠나올 때의 마음가짐으로, 여행 중에 공동체 안에서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더욱 발버둥쳐야 된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쿤밍의 현지 선생님들의 섬김과 겸손, 희생, 산골 마을 사람들의 눈빛과 소박한 살믜 모습... 그리고 그들 모두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amazing grace... 내가 기억해야할 것들이다.
이륙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공항이 바로 바다 앞이라 지금은 황해 바다 위에 있는 듯 하다.
사랑, 신뢰, 겸손... 더욱 키워야할 것들이다.
내가 어디서 무슨일을 한다해도 그 안에 사랑이 없으면.... 겸손이 없으면....
일기장과 함께 꺼냈던 성경책을 펼쳤다.
의와 공평을 행하는 것은 제사 드리는 것보다 여호와께서 기쁘시게 여기시느니라....잠언21:3
공의를 행하는 것이 의인에게는 즐거움이요 죄인에게는 패망이니라...잠언21:15
의와 인자를 따라 구하는 자는 생명과 의와 영광을 얻느니라...잠언21:21
순간 하나님은 여행 기간 중에 묵상했던 말씀들을 다시 보게 하셨고, 이런 말씀들을 마음에 주셨다. 하나님의 의를 삶속에 나타내는 것... justice를 행하는 것... 뭐지?
.
.
.
.
사랑.
좀 더 사랑해야겠다.
하나님께서 다시 말씀을 주셨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로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립보서2:5~11
온몸이 전율했다.
죽기까지 자신을 낮춘 예수님...
내가 찾고 구하고 행해야할 것은 어떤 화려한 행식, 가식이 아닌 사랑... 바로 그 가장 고귀한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한일서4장16절
하나님 정말 크신 분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 더 이상 표현불가!)
[일기 내용 끝]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창밖을 바라보기도하고, 옆에 앉은 정희누나와 득수형과 한두마디씩 이야기도 하며 한시간 반쯤 왔을까? 저 멀리 희미하게 인천공항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 시간 밤 10시, 무사히 착륙.
드디어 돌아왔다.
마음 한 가득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사랑을 안고...
이제 그 사랑을 이웃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자유연재 > 2007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pter8. 사역정리&관광(10,11일째) (0) | 2013.09.11 |
---|---|
Chapter7. 산골에서산골로&산골에서쿤밍으로(8,9일째) (0) | 2013.09.11 |
Chapter6. 일상의예배&자유(7일째) (0) | 2013.09.11 |
Chapter5. 만남&무디어지다(6일째) (0) | 2013.09.11 |
Chapter4. 남쪽 사역지로.(4,5일째) (0) | 2013.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