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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2006방글라데시

셋째날(사역 첫째날) - 만남.시행착오

2006.08.07 00:09
 작성함.



#. 다카시간 2006년 7월 31일

 

오늘은 본격적으로 사역이 시작되는 첫째날이다. 여전히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 식사를 하고 교회의 병원에서 예배를 드리고(꼬람똘라 기독병원은 주일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예배를 드린다.), 약 20분간 차를 타고 쫑겔바이드라는 마을로 갔다.(꼬람똘라 기독병원은 25개의 마을의 진료를 담당하는데, 우리는 3일간의 일정동안 하루에 한 마을씩 쫑겔바이드를 포함, 모두 세 마을을 진료했다.) 사람이 모두 타고 약품등의 짐을 모두 실은 승합차가 좁고 질퍽질퍽한 마을 진입로로 들어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결국 우리팀은 모두 차에서 내려서 약품이 든 가방을 모두 들고  이동차량과는 따로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 진입로는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렇게 마을로 들어서면서 저 멀리서부터 구경(?)나온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전에도 말했지만, 이 곳 사람들은 우리같은 이방인들이 신기한 듯 가까이 와서 빤히 쳐다보곤 한다.) 우리팀이 진료하기로 한 곳은 마을의 한 사립학교. 학교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하고 볼품이 없었다. 허술한 시멘트+흙 담벽에 양청 지붕만 얹어놓은 시골의 헛간같이만 보인다. 그리도 전기도 없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구경(?)하러 나와있다.

이 마을의 학교이다.

정면에서 본 학교의 모습.

동네 아이들 같은데 우리나라의 굴렁쇠 같은 것을 들고 있다.

 

 

4개의 교실이 있는데, 각 교실당 진료하시는 선생님 한 분 또는 두분이 들어가셔서 총 다섯분께서 진료를 하시기로 했고, 통역해주실 선교사님 한분과 어시스트 겸 전도팀 학생 한명씩 들어갔다. 약국은 별로로 떨어진 건물 한 간에서 하기로 했다.

김위황 선생님

이기라 선생님

송락종 선생님

조경은 선생님

김동익 선생님

약국


약국

 

원래는 우리팀에서 접수를 하고 접수 번호에 따라서 한명씩 한명씩 진료실로 보내기로 했지만 워낙에 마을 사람들이 질서개념이 없어서 차례를 지켜서 진료를 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질서개념이 없다고 한 것은 이 곳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렷을 때부터 워낙에 자유분방한 환경속에서 성장하다보니 아무래도 이 사람들이 '질서'라는 것을 의식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라는 선교사님 말씀.) 아무튼 쫑겔바이드 마을의 이장님...정도로 보이는 분과 몇몇 분들이 나름대로 애써서 질서를 잡아서 번호표와 빈 처방전 종이를 나눠주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장님 덕분에 다행히 어느 정도 줄서는 질서가 잡혔다.

 

나는 송락종 선생님 방에서 어시스트 겸 전도 담당을 했다. 사실 어시스트할 것은 별로 없어서 나는 사람을 한명씩 들여보내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도만 하면 됐었다.

사실은 전도팀이라는 것에 대해 다소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꼬람똘라 기독병원에서도 마을로 진료는 다니지만 지금까지 복음을 전하는 포교활동을 한 적은 없었다고 선교사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이 곳은 이슬람국가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포교활동에는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덧붙여 말씀하셨다. 우스운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이 내가 전도지를 나눠주면서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을 보고 칼을 들고 위협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사실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태껏 주위 사람들에게 교회가자 교회가라는 이야기는 많이 꺼내봤지만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해 복음을 전한 적이 거의 없는 내가 전도팀을 한다는 것이 괜시리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부딪쳐 보자는 생각에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복음을 전할려고 "깨몬 아첸~!" 하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어제 밤부터 그렇게 소리내서 읽으면서 외웠던 '전도팀 시나리오'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결국 전도 시나리오가 써진 쪽지를 꺼내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한마디 한마디씩 읽었다. 진땀을 빼면서 겨우 몇 명을 붙잡고 메시지를 전했다.(아니 메시지를 전한 것이 아니고 그냥 더듬더듬 읽었을 뿐이다.) 그리고나서는 한참동안 순서에 따라 사람들을 들여 보내기만 했다. 내가 속으로 두려워했던 위협같은 것은 전혀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한마디 말을 붙일 때마다 내 주위로 사람들이 우~하고 몰려와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민망스럽기도 하고(내가 그 사람들한테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지 언어에 억양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내가 하는 말을 현지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쉬었다가 다시 할려고 했지만, 실내에서 일을 하는데도 날씨가 워낙 더워서 말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벽에 기대서 사람들만 들여보내면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전도팀의 역할에 농땡이(?)를 치고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단순히 의료봉사를 온 것이 아니고 의료선교를 온 것 아닌가...!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몇번 해보지도 않고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팀 내에서 내 역할을 게을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선 안되지! 그 즉시 내 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다시 그 짧은 몇문장들을 읽어주었다. 여전히 민망한 기분이 없진 않았지만, 내 발음을 그 사람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훨씬 자신있게 전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다 보니, 사람들은 내가 생각했던 무슬림보다는 훨씬 더 수용적이고 복음의 메시지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무슬림이니 그런 이야기는 당신에게 안 들어도 좋을 것 같다!" 하고 거부반응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음의 메시지를 들을 때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까지 짓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정말 이 사람들이 내가 전한 서투른 복음의 메시지를 마음에 기억하고 예수를 영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송락종 선생님 진료실 입구에서 사람들은 순서대로 들여보내면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전도를 했다.

말이 좋아서 건물 안이고 그늘이지 더워서 땀나고 축 늘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그렇게 오후까지 점심도 거른 채 진료를 했다. 중간중간 간식을 먹긴했지만 쉴시간이 없어서 녹초가 되어버렸다. 온몸이 축 늘어졌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각 진료실에서는 짐을 챙기고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약국에 아직도 사람들이 우글우글한 것이 보였다. 얼른 가서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방전대로 약조제는 했는데, 약 주인을 못 찾아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약을 못 받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약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댄다. 선생님들께서 처방전을 쓰실 때 환자 이름을 쓸 때 발음을 듣고 한글로 써놨는데, 그것을 약국에서 읽어주면 역시 억양 때문에 사람들이 못 알아 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약을 못 받은 사람들 15명 정도를 다시 진료해서 약을 조제해서 보냈다.

약을 못 받은 사람들과 약을 받았지만 그냥 구경하려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약국 앞에 서 있다.

파란 룽기(남자들이 입는 치마같은 복장)를 입은 남자의 웃음이 너무 해맑다.

 

그렇게, 당혹스럽기도하고 많이 혼란스러웠던 사역 첫째날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침대 위로 쓰러져서 한숨 잤다. 하루종일 서서 이야기하고, 왔다갔다 하면서 잔심부름 하는 것이 은근히 힘들었다보다.

이것이 바로 환상적인 꼬람똘라 병원 게스트 하우스의 뷔페식 식사!

함께하는 저녁식사는 더 맛있다. ^^

뭐가 그렇게 웃겼을까? 밥을 입에 한가득 담고도 정신없이 웃는다.

이건 잭프룻이라는 과일. 수박보다 큰 커다란 열매를 쪼개서 과육을 빼면 이렇게 수십개의 과육 덩이가 나오는데 갈라서 속에 있는 씨를 빼고 먹는다. ^^ 달콤하다.

 

일어나서 맛있는 저녁밥과 후식으로 잭프룻을 먹고 박무열 선교사님의 선교 이야기를 들었다. 선교사님은 지역사회의 community sevice 사업은 진정한 복음 전파에 있어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씀하셨고, 그것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없고 복음 전파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하셨다. 선교사님은 수년동안 방글라데시에서 사역을 하고 계셨는데, 그 동안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효과적인 선교의 방법들을 연구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현지에서 체계적인 성경공부 등을 통한 제자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시면서 이 곳의 선교는 막연한 두려움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들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나는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복음은 전파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냥 community service를 통해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복음에 접근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복음은 반드시 입으로 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내가 쫑겔바이드 사람들에게 복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게을리한 것에 대해 반성했다.

박무열 선교사님의 귀한 선교 이야기를 듣고 함께 축복했다.

 

그리고 팀원들 모두가 함께 오늘 사역을 반성해 보고 다음 사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회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 있었던 '약국 사태'에 대해 짚어보면서 약 처방을 약국에서만 하지 않고 진료실 바로 옆에 조제부를 따로 둬서 약국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막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는 약국에서 자주 쓰는 약들의 목록을 따로 만들어서 몇일분씩 미리미리 나눠 담는 작업을 함께 했다. 여럿이 하는 작업이라서 역시 재미있었다. ^^ 이야기 하면서 하다보니 약이 상당히 많았는데도 금방 마무리할 수 있었다.

회의는 팀의 리더이신 김위황 선생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함께 하는 일은 힘도 하나도 안 들고 재미있다.

누구 다린지 몰라도 환상적인 각선미다. ☜(@.@;☜) 부끄럽구려...

 

사역 첫째날. 역시 겪어보니 의료선교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내일부터는 전도팀의 역할을 확실하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 나라 이 민족을 주님의 마음으로 품고 더욱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 넷째날에 계속 ^^ Min -